광고 기획의 진화
광고 기획의 진화
광고를 기획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나라 광고기획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서범석 교수의 “광고기획”이라는 책을 보면, 광고기획은 시장환경분석, 경쟁사분석, 소비자분석을 비롯하여 크리에이티브 분석과 미디어 분석등 모든 분야를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일이다.
과거와 달리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요즘에 광고 기획은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정보의 홍수로 인해 자료의 취사 선택의 어려움이 원인일 것이다. 물론 또다른 문제는 자료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자의 문제는 보다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논할 문제는 아니고, 내가 이야기한다고 해서 바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논외.
어쨌든 광고 기획을 위해 다양한 것들을 분석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경쟁 우위이다. 광고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다른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들보다 우리 제품이나 브랜드가 더 좋다는 것을 알리는 활동이고, 이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이 구매를 하거나 혹은 긍정적인 감정 즉, 호감을 갖도록 만드는 활동이다. 이러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사에 대한 경쟁 우위이며,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접근 가능한 것인지 혹은 소비자들을 이끌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는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광고는 아마도 이동통신일 것이다. 과거로부터 이동통신 광고는 꽤나 치열한 광고 경쟁을 이루어왔었다. 그리고, “스피드011”이라는 혁신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SK텔레콤이 항상 선두에 서왔었다.
그러나, 번호가 “010”으로 통합되면서 KT도 나름 선전을 해왔다. 한동안 “올레”광고는 다른 이동통신사에 비해 우위에 있는 광고를 잘 만들어왔다. LTE 초기까지 KT는 “악동뮤지션”과 “송소희” 등 무명 모델을 통해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그리고 제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광고를 자주 만들어 왔다. 물론 중간 중간에 “다스베이더”를 활용한 이상한 광고도 있었고, 뭔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광고도 있었다. 하지만, 악동뮤지션과 송소희를 통해 확실하게 LTE에 대한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인지도를 높이는 광고를 전개할 수 있었다. 이 당시에 SKT는 초코렛 등의 광고나 SKT의 전형적인 징글 광고등을 전개하였고, 또 “눝”이라는 뻘짓(?)도 전개했다.
2014년 초 광고 기획의 진화라고 할 수 있는 SKT 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잘 생겼다” 캠페인이다. “잘 생겼다”는 광고대역 LTE-A로 넘어가면서 남들보다 먼저 캠페인을 전개하는 방식이었고, 이것을 통해 다소 밀렸던 커뮤니케이션의 주도권을 획복하겠다는 의미였다. 또한 “잘 생겼다”는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유발할 수도 있는 캠페인 메시지 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러한 “잘 생겼다” 캠페인은 SKT가 기존에 가져오던 전형적인 SKT방식 즉, 주입식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이기도 하다. 과거에 SKT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쫓아 가기보다는 선도하는 류의 광고를 많이 진행했었다. “011이시죠”캠페인, “가끔 꺼두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현대생화백서”와 같은 품질을 품격과 더불어 리더의 모습으로 결합시키면서 소비자들의 이미지를 선도했었다. 그러한 모습이 다소 품격은 떨어지지만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현대화된 모습이 “잘 생겼다”라고 볼 수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SKT는 3G와 LTE 등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거나 혹은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최근의 “잘 생겼다.” 캠페인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잘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모델도 기존의 전지현에서 최근에 김연아로 바뀌고 까메오같은 다양한 주변 모델을 활용하면서 LTE-A의 우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T의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는가 혹은 상실하는가의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KT의 반응은 실로 실망스러웠다.
“굿초이스”
이는 한 마디로 광고 기획의 실패이다. 아마도 광고 대행사나 광고 담당자는 SK텔레콤이 “잘 생겼다”고 외치니 우리는 KT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자고 논리를 폈을 것이다. ㅋㅋㅋ
그러나, 이 “굿 초이스”에는 소비자 분석과 경쟁사에 대한 분석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고 전개한 측면이 너무나 많다. 특히 아이를 모델로 하여 “엄마, 아빠”를 외치면서 굿초이스를 이야기하는 광고는 마치 90년대 초반의 LG텔레콤 광고를 보는 듯했으며, 그 외의 다른 에피소드 들도 90년대의 이동통신 광고를 보는 듯했다. 즉, 전체적으로 SK텔레콤에 맞대응하여 KT를 잘 선택했다는 어떠한 혜택 혹은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외침으로만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 KTF시절에 KT가 주로 했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당신에 KTF의 광고는 SKT의 흐름에 쏠려 다녔고, 늘 주도권을 잡을 시점을 놓치곤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의 SKT의 “붉은 악마” 캠페인과 KT의 “KOREA TEAM FIGHTING”캠페인이었다. 엠부쉬 마케팅의 대명사로 불리는 SKT의 이 캠페인에 실제 후원사였던 KTF는 아무런 혜택도 주도권도 확보하지 못하고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LTE-A의 전쟁에서 KT는 점점 밀려 나고 있다. 어쩌면 나홀로 자기 색깔을 내고 있는 유플러스에도 밀릴 기세이다.
“굿초이스”는 크리에이티브의 문제가 아니다. 광고기획에서 소비자와 경쟁사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광고 기획의 문제이다. 그리고 경쟁사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KT는 다시 커뮤니케이션의 색깔을 전환하여 실질적인 비교를 전개한다. “벤치비”를 활용한 커버리지 지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위험 요인이 크다. 광고에서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물성적 속성이다. 물성적 속성에 기반한 광고는 오래 가지 못한다. 그 물성적 속성이 타사가 쫓아오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것이라면, 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면 충분히 의미를 지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결국 경쟁사에 더 좋은 결과를 제공하는 빌미가 된다. 이번 “벤치비” 캠페인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품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혹은 커버리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주는 혜택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찾았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 KT의 커뮤니케이션은 광고기획의 실패로 인하여 계속 끌려 다닐 상황이 될 것이다. SKT의 광고 기획이 과거의 문제를 극복하면서 “잘 생겼다”라는 캠페인으로 진화하는 동안에 KT는 스스로의 장점과 색깔을 버리고 그저 대응을 위한 임기응변식 광고 기획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된 분석이 없이 이루어진 광고 기획인 것이다.
한번쯤은 반성을 하고 다시 전개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2014.08.18. 경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