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와 브랜딩
로고는 회사나 제품 혹은 서비스를 상징한다. 로고는 색상만으로도 그 회사 혹은 그 제품을 연상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로고의 종류에는 회사명이나 제품명을 그대로 로고화하는 워드마크(Wordmark)형 로고가 있고, 특정한 심볼을 사용하는 상징형 로고가 있는데 이 중에는 회사나 제품과 크게 상관이 없는 것을 사용하는 모티브 형과 심볼 그 자체를 사용하는 심볼형이 있다. 반드시, 이렇게 구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래와 그림과 같이 구분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 로고를 만들 때, 최근의 소비자, 사회, 경제 등의 트렌드를 고려하기도 하며, 회사의 발전과정과 사업범위, 비전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그래서 로고를 만들고, 그 로고의 의미를 대부분은 홈페이지에 게첨해 놓는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1947년 출범한 현대건설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한국 건설 산업의 글로벌화를 주도해온 국가대표 건설회사입니다. 건설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현대건설은 인류 건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를 형상화한 두 개의 삼각형에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건설의 역사와 현대건설의 정신을 담았습니다. 안정적인 형태의 삼각형은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또한 노란색과 녹색은 새싹이 자라 녹음이 되듯 건설을 통한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과 번영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
주요 몇 개 그룹과 기업의 로고와 그에 대한 홈페이지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힐스테이트의 경우 H를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우아하고 품격있는 브랜드라는 것을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동의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LG는 세계, 미래, 젊음, 인간, 기술의 5가지 개념과 정서를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동의하는가?
대부분의 경우에 로고를 만들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내부 조직원들에 대한 만족수준이다. 아니면, 이 로고를 승인한 CEO의 자기 만족 수준이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 혹은 다른 CI와의 차별성 정도에서 눈에 띄는냐의 정도만이 필요한 것이지, 그것에 대해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쩌면 낭비일 수도 있고, 자위 요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구글 등은 로고가 매우 단순하다.
외국 브랜드나 기업의 로고는 단순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북잡하고, 자기 만족 수준의 로고를 만든 기업이나 제품, 브랜드는 우리 나라만큼이나 널렸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로고에 혹은 로고의 상징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커피샵인 스타벅스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세이렌을 모티브로 한 로고를 만들면서, 단지 스타벅스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던 길도 멈쳐 스타벅스 커피를 음미하게 만들겠다는 뜻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즉,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목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로고를 만든 것이지, 여기에 어떠한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많은 부분, 우리나라의 CEO들이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선택한 로고에 합리적 이유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그래야, 직원들에게도 부여한 의미에 대한 공유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이 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 회사의 로고를 각 회사의 직원들에게 물어보아도, 그 로고가 의미하는 그런 철학적 의미는 인지하지 못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긍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로고를 선정함에 있어, 회사와 관련성이 있어나, 혹은 회사의 사업과 관련성이 있거나, 아니면, 회사나 사업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할지라도, 여기에 커다란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로고를 선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철학적 의미를 고려하여 소비자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고, 혹은 이러한 철학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로고를 더 잘 인식할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마라. 소비자들은 그 로고가 지닌 철학적 의미가 아니라 눈에 띄는 혹은 익숙함에 선택하는 것이고, 오랫동안 각인이 되었기 때문에 받아들이거나 혹은 인지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 로고의 형태가 어찌되었던, 로고를 사용하는 용도는 제한적이다. 로고를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사무실이나 건물의 외벽 혹은 사무실 입구 등이며, 명함이나 레터지 등에 제일 많이 사용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에서는 보증의 의미로 로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적인 요소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러한 디자인적인 요소로 선정을 했을 것이므로, 이러한 디자인적인 요소에 큰 의미를 부여하여 내부의 고객이나 외부의 고객에게 강요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LG의 경우 현재의 로고로 바뀌었을 때,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광고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소비자들은 그저 LG의 로고가 바뀌었다는 것만을 인지할 뿐이다. 불필요한 것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 자원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별로인 CI나 BI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마케팅과 브랜딩의 노력이 추가되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인지될 것이고, 최초에 좋지 않은 것이라 이야기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호감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를 “에펠탑 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로고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억지로 로고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비자에게 강요하지 마라. 로고에 대한 의미는 내부도 인지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