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고 탈도 많던 총선이 끝났다. 끊임없는 이슈와 스캔들...수레가 요란하면 든 것이 없다고 했던가...이번 선거 역시 요란함에 비해 결과는 매우 단순했다. 누구는 무사 만루 찬스에서 1점 밖에 못냈다고 하고, 누구는 역전 만루 홈런을 날렸다고 한다. 누구는 누구의 리더십이 문제라고 하고 또 어느 누구는 언론 플레이의 승리하고 한다. 또 누구는 능력의 부족이라고도 하며, 또 누구는 야합이라고도 한다. 결과를 놓고 분석함에 있어서 선거만큼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 경우는 별로 없어 보인다. 나도 나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 대단히 훌륭한 생각이라기보다는 그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필남필부로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런 저런 생각들이라고 할 것이다.
승리의 원인, 혹은 패배의 원인을 분석함에 있어서는 매우 단순한 것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원인을 찾는데 있어서 복잡하다면 결과도 복잡하고 새로운 뭔가를 찾아 고치거나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의 이번 선거에 대한 분석은 출발한다.
마케팅은 다양한 전략적 과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케팅의 다양한 전략도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전달된다고 해도 잘못 전달된다면 결코 그 마케팅 전략은 의도한 바대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마케팅 전략은 반드시 의도한 바 그대로 실행되고,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될 때 그 효과를 얻을 수 있으는 것이며, 또한 정확한 실행이라고 평가받게 되는 것이다. 의도한 바 그대로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바 그대로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전략에 있어서의 문제를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마케팅 전략은 모든 부분에 대한 측정을 위한 기준 지표들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측정 기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측정 방법도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측정 가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기준...매출로 볼 것인가, 인식으로 볼 것인가, 매장 방문으로 볼 것인가, 재구매율로 볼 것인가...목표에 따라 기준은 달라질 수 있고, 기준이 달라지면 측정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여론 조사를 포함하여 출구 조사에 이르기까지 수십억원의 비용이 지출되었다고 한다. 어디에 그만한 비용이 지출되었을까? 근데 왜 출구조사의 약 30% 가량은 조사와 차이가 날까? 여론 조사를 지속적으로 해왔음에도 왜 결과와 많은 차이를 보일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직업으로 해온 경험에 따르면 조사는 항상 생각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객관성을 100% 담보한 조사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어느 정도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조사는 진행되어야한다. 그리고, 조사는 항상 이러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나는 여론 조사와 관련한 전화를 무려 10여통을 받았다. 물론 핸드폰으로 받은 것보다는 집 전화를 통해서 받았다. 우리 집은 구성원 대부분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선전화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선으로 전화가 온다. 그것도 여의도에 위치한 조사회사, ARS.. 내가 정확하게 응답했다는 것을 무엇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 뭐...요즘 워낙 바쁜 세상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어쨌든 조사의 한계상 여론 조사가 갖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여론 조사를 위한 샘플 설계이다. 10여통의 여론 조사에서 조사상의 스크리닝 조건은 연령과 소득이었다. 이 두가지 물론, 지역이라는 스크리닝은 기본적으로 설정되었을 것으로 보고, 이러한 스크리닝 조건이 전체 여론을 평가하는데 기준이 될 수 있을까?
다른 한편으로 SNS 특히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여론 흐름에 대한 분석도 매일 특정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SNS가 정말 여론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본다면 트위터의 여론 트렌드는 결과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왜 그럴까? 원인은 매우 단순해 보인다. 트위터의 주 이용 계층은 20~40대가 주류를 이루고 그 중에서도 20대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하다. 그리고 그들의 성향은 다분히 보수보다는 진보쪽으로 치우친 트위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 더불어 약 600만 여명에 이르는 트위터 사용자 중에 직접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사실 활동량으로 본다면 2:8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약 20%의 사용자가 전체의 약 80% 가량이 트위터라든가 혹은 다양한 의견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 80%의 사용자는 이들의 의견을 리트윗하거나 그저 팔로윙하면서 보고만 있는 것이다. 이들 20%의 트윗을 리트윗했다고 해서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일까? 글쎄, 그것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찌되었던 여론 조사의 한계나 출구조사의 한계는 명확해진다. 샘플의 대표성에 의문이 간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여론 조사 방식이나 샘플 수집 방법을 활용하다보니 과거에는 통용되었던 결과가 현재에는 통용되지 못한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조사 방법에 있어서도 조사기관마다 순서나 질문이 다르다보니 결과치도 달라지는 것이고, 이를 공통된 여론으로 여론 몰이를 해가면서 발생하는 일반화의 오류 혹은 착시 현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던, 간단하게 분석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나는 이번 선거를 통해 알 수 있는 국민들의 의식이 몇가지 있다고 생각된다. 통일에 대한 의식, 안보에 대한 의식, 정치에 대한 의식, 경제에 대한 의식 등등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는 아마도 정치학 박사나, 기타 똑똑한 사람들이 이야기할 것이라 생각되고, 나는 마케팅 적이 부분에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애플이 시장에 처음 나왔을때 사람들은 매우 혁신적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수용하지는 않았다. 시장을 주도한 것은 애플이 아니라 IBM의 PC였다. 비디오 테이프 시장에서도 혁신적인 것은 소니의 베타 방식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선택한 것은 VHS 방식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변화(change)에 대해서 몇 가지 구분이 가능하다. 가장 커다란 변화는 소위 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Revolution이다. 그 아래 단계는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 Innovation이다. 그리고 낮은 단계에서의 변화는 Renovation이다. 그리고 말 그대로 가장 낮은 단계는 입막음 수준의 Change 혹은 Repair라고 할 수 있다.
Revolution은 근본적인 변화이다. 브랜드로 본다면, 브랜드의 에센스에서부터 비전, 마케팅 전략, 생산방식, 유통방식, 가격, 판촉, Target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다. 사실상 비즈니스에서 Revolution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 정치적인 면에서 Revolution은 몇 차례 있었다. 시민 혁명이 있었고, 명예혁명이 있었고, 산업혁명이 있었고, 볼셰비키 혁명이 있었다. Revolution은 사회 경제적인 Paradigm의 변화를 이끈다. 예를 들어 볼셰비키 혁명은 사회 경제적으로 러시아를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로 변화시켰다. 이렇든 혁명은 커다란 변화이다. 이는 생활방식에서부터 행동양식, 인식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다음 단계인 Innovation은 한때 전세계의 모든 산업영역에 영향을 끼쳤다. Innovation은 소비자 혹은 산업의 요구에 대해 변화를 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Innovation은 산업이나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는 바대로 수정하는 것이다. 반면에 소극적인 Innovation은 소비자나 산업의 요구를 수용하지만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크리스텐슨의 Sustaining Innovation과 Disruptive Innovation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것이다. Sustaining Innovation은 기존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 우선 순위에 따라 이루어지는 혁신이라고 정의될 수 있으며, Disruptive Innovation은 기존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은 충족시키지 못하나, 전혀 다른 성능을 요구하는 새로운 고객을 창조하거나 충족시키는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Sustainig Innovation은 소극적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Disruptive Inoovation은 적극적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Innovation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에 적용이 된다. 애플의 iPhone이나 iPod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인 Innovation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의 단계는 Renovation이다. Renovation은 말 그대로 개선이다. 리노베이션은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과정이다. Revolution이 아주 짧은 단기적인 Paradigm의 변화라고 한다면, 비교적 단기간의 커다란 변화를 Innovation이라할 수 있고, 지속적인 변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변화를 Renov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에서 이야기하는 Revitalization, Repositioning 등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Innovation이 아니라 Renov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장황하게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변화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국민들은 Innovation이 아니라 Renovation을 기대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 대부분은 공감을 하지만, 우리가 처해 있는 환경 속에서 급격한 변화 즉 Innovation은 감당해야할 Risk가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 오히려 Renovation을 통해 현재의 상황에 대한- 글로벌 경제의 다양한 변수, 경제의 불확실성, 북한의 위협과 안보 등등- 개선, 보완을 원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결국, 통합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이 전개하고자 했던 다양한 Innovation은 수용해야할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소 큰 변화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이들 두 정당이 그들이 목표로 한 Innovation을 달성하고자 했다면, Innovation에 수반되는 다양한 Risk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방법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Innovation에 따른 Risk에 대해서는 다소 불안한 면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8개월 후에는 대선이 실시된다. 대선주자가 누가 나올지 아직까지 안개 속에 싸여 있지만, 그들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위해서는 Innovation을 위한 전략을 선택할 것인지, Renovation 전략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만일 Innovation 전략을 선택한다면, 당연히 Innovation에 따른 Risk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것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Renovation 전략을 선택한다면 선택과 집중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안정된 부분을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안정된 부분도 부정을 할 것인가? 어떤 부분을 Heritage로 결정하고 개선할 것인가?
다양한 선택의 부분들이 남아있고, 8개월이라는 시간이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다. 하지만 대선에서는 이러한 전략적 선택에서 보다 긍정적인 전망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편협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또 너무 짧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2012년 4월에 썼던 글을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