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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이야기

기업은행의 새로운 광고...과연?

  기업은행이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다. 기존의 송해를 모델로한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컨셉에서 변화가 생겼다. 기업은행의 광고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광고는 사실 다소 의외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그리고 과연 이 캠페인은 성공할 수 있을까?


  기존 송해 캠페인이 방송에 노출이 되었을때, 소비자와 광고인 사이에서 상반된 견해가 있었다. 

  광고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기업은행의 송해 광고는 정말 말도 안되는 광고였으며, 광고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송해라는 모델이 등장을 하고 마치 정책 홍보마냥 "국민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카피를 외쳤다. 광고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야기했을 것이다. 과연 저것이 광고인지.. 또 광고주는 저것을 어떻게 채택을 해서 온에어를 할 수가 있었는지... 또한 저런 광고는 전파 낭비이며, 비용 낭비라고...

  광고를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송해라는 모델의 의외성과 나이에 따른 인식, 그리고 광고가 지닌 전체적인 톤앤매너가 새련되지 못하고 투박한 것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최근의 우리 나라 광고의 흐름과는 사뭇다른 것이었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TVCF 사이트의 평점에서도 이러한 사전 반응이 그대로 나타났었다. 전문가들은 5점 만점에서 3.17점, 준광고인은 3.37점을 부여했다. TVCF 사이트에서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그리 좋은 광고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막상 온에어가 되고 나서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었다. 



  한국CM전략연구소(현 한국광고전략연구소)의 당시 조사 결과를 보면, 2012년 1월에 송해의 광고는 지상파에 14억원을 집행하고 3.93% MRP를 획득함으로써 당월 집행 광고 중 전체 10위를 차지했었다. 다음달에는 광고비는 12억원으로 줄었지만 광고선호도는 5.14%MRP로 높아졌고, 세번째 달에도 14억원을 집행하고 5.30%MRP를 획득함으로써 다른 광고에 비해 매우 효과적인 광고였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때 송해를 활용한 기업은행의 광고는 매우 효과적인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간략하고 핵심만을 이야기하는 카피, 다소 시대에 뒤쳐진듯하지만 진솔한 메시지, 그리고 송해라는 진실되고 믿음을 주는 모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광고의 유형은 다른 금융 광고에 다소의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어쨌든 가장 기업은행스러운 광고였다고 볼 수 있다. 이후에 송해가 너무 올드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캠페인은 김유빈이라는 어린 모델을 더블로 캐스팅하면서 한층 발전하고, 메시지도 기업과 일자리의 큰 화두로 옮겨졌다. 물론 김유빈을 더블로 캐스팅한 것은 매우 적절한 시도였다. 

  이렇게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기업은행이 갖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었고, 풀고자 하는 마케팅 과제가 있었다. 그것은 중소기업은행이라는 이름이 갖는 특성으로 인하여 기업만이 거래하는 은행 또는 기업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다소 고착화된 인식이 있었고, 이러한 인식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비록 새련된 카피는 아니지만 아주 정직하게 접근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보기 좋게 성공했고, 광고 결과로 많은 소비자들이 기업은행이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실제 마케팅 성과도 좋게 나왔다. 


  하지만, 캠페인은 발전해야 한다. 단 일관성을 지니고서...

  기업은행의 광고도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이 있었다. 2012년에서 2013년까지 2년간 약 4~500억원의 광고비를 투입하여 노출이 된 광고에 소비자들이 점차 싫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입장에서는 과연 어떻게 캠페인을 업그레이드 할 것인가에 대해 무척이나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이 절묘하게도 새로운 행장이 취임을 하였기 때문에 새로운 캠페인으로의 업그레이드는 매우 중요한 과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신규 광고가 온에어 되었을때 사람들은 정말로 놀래자빠졌다. 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기 때문에 나라장터에 공개입찰을 하는 곳이다. 당시에도 매우 많은 광고회사가 입찰에 응했고, 전파광고와 인쇄 광고로 나뉘어 각각 대행사가 선정이 되었으며, 메인 대행사는 물론 기존의 광고를 진행한 회사이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대홍기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 광고는 기존 광고의 사투리 편이었다. 무슨 의도로, 왜 이런 광고를 만들고 집행했는지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소비자 반응은 말그대로 냉담 혹은 무관심이었다. 그동안 잘 쌓아왔던 신뢰감과 새로움, 의외성, 친근함 등은 모두 사라졌다. 그저 광고를 위한 광고만이 집행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투리 캠페인에 지상파로 약 200억원, 인쇄광고로 약 70~80억원의 예산이 집행이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광고비의 낭비인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고, 전략도 없는 광고를 위해 약 300억원의 광고비를 투입하는 것자체가 낭비이며, 어쩌면 그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가장 큰 손실은 기존의 기업은행과는 다른 새롭고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였고,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잘 전달했던 기존의 캠페인의 가치가 별 의미없어 졌다는 점이다. 결국 기존의 광고 캠페인은 아득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면서 그 동안의 광고비는 소멸비용이 된 것이고, 사투리 캠페인은 또 하나의 소멸비용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행은 2015년 새로운 광고 캠페인으로 "기은센"이라는 로봇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기업은행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에서 시무식과 함께 2015년 새롭게 선보이는 대표 캐릭터 ‘희망로봇 기은센’과 ‘기운찬 가족’ 론칭 행사를 열었다. 희망로봇 기은센은 고객과 평생 함께하는 기업은행을 상징하고, 기운찬 가족은 할아버지 ‘기평생’을 비롯해 아버지 ‘기운찬’, 아들 ‘기희망’, 딸 ‘기미래’ 등 고객을 상징하며 평생 고객화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기업은행은 향후 TV광고, 웹툰 등 각종 홍보와 마케팅, 상품 개발 등에 캐릭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과거에도 기업은행은 캐릭터 광고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의 광고는 지금처럼 로보캐릭터가 아니었고, 동물을 기반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였으며, 이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이들 광고에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였으나, 지금은 기억도 못하는 광고로 남아있다. 

  기업은행이 이번에 도입하는 캐릭터가 반드시 과거의 전철을 밟아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어쩌면 과거보다 더 나을 수도 있으리라고도 기대한다. 아니 더 나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점을 갖는다. 기존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했던 캠페인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이고, 왜 한 것일까? 지금 캠페인과는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일까?

  물론 2012년의 캠페인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었기 때문에 이제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인식은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친근감과 미래 지향적인 금융의 미래를 이끄는 선도적인 이미지라고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지만, 과연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것과 기은센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금융의 미래가 하나의 논리구조나 혹은 감성구조로 연결이 될까? 그저 기은센은 또다른 기업은행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하지만, 기존에 구축한 기업은행의 이미지와는 전형 연계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 단발적인 모델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크지 않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지상파나 CATV만으는 해결할 수 없다. 프린트 광고로는 더더욱 해결할 수도 없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활용한 통합 IMC 광고만이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득했을 것이다. 과연?

  제일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캐릭터가 무엇일까? 

  만화로만 보면 태권 V나 마시멜로, 우비소녀와 같은 것들이 있지만 도라에몽이나 키티 혹은 엘사, 미키마우스 등과 같이 선풍적인 인기나 매니아층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광고에서는 더더욱이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크지 않다. 최근에 캐릭터를 활용하는 곳은 금호타이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별반 반응이 없다. 타이어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미쉘린을 극복하기란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캐릭터를 도입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보조적인 수단으로 도입한다. 금번에 기업은행은 다시금 메인으로 도입을 하고, 전체적인 구조도 가족처럼 하나의 인격을 부여하고자 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단지 이론적인 접근만으로 도입을 하였다면, 혹은 다른 은행들과 차별화를 위해 도입한 것이라면 나는 실패할 것임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또한, 캐릭터를 어떻게 붐업을 시켜서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것인지, 기업은행의 이미지와는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이며 구체적인 전략과 방법을 갖지 않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캐릭터 도입 비용과 더불어 향후 광고비는 다시금 시행착오를 위한 혹은 과시를 위한 비용으로 머물러 또한번 소멸될 것이다. 

  왜 도입했는지조차 모르는 캐릭터와 지금까지 잘 해왔던 캠페인을 뒤엎는 전략. 과연 기업은행은 기업은행의 미래를 위한 브랜딩 전략을 가지고는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2015. 1.

온오프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주)브랜즈앤컴 경원식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