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이야기

광고와 모델

 현대사회의 복잡함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한 복잡성을 야기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개인에게 노출되는 광고는 1일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의 양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과잉은 다양한 문제점을 낳는다. 특히 광고에 있어서는 광고에 대한 집중도 혹은 주목도가 하락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다보니 과거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행해야 하는 광고비가 훨씬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즉, 과거에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의 비율을 50% 목표로 삼고 광고를 집행한다고 했을때, 목표 GRP는 500이었고, 이를 달성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5억이었다고 한다면, 현대에는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의 비율을 50%로 동일하게 목표를 삼는다고 했을때, 목표 GRP는 500이 아니라 1,000이 되어야하는 것이며, 광고비용도 20~30억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매체 비용이 증가한 요소도 있겠으나, 커뮤니케이션의 과잉으로 인하여, 기억해야할 광고가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에 지속적인 반복 노출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들을 필요로 한다. 즉, 수 많은 광고나 커뮤니케이션 중에서 자사의 광고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시키기 위해 튀는 아이디어를 찾게된다. 그러나, 아이디어라는 것이 항상 Big Idea일 수만은 없다. 어느 책에서는 신제품이 출시된 이후 3년 내에 수익을 올리는 제품은 얼마나되는가를 조사했더니, 출시 제품의 0.1% 내외라고 한다. 신제품을 출시한 이후에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수행하고, 엄청난 자금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제품은 0.1% 내외일진데, 광고는 오죽하겠는가? 한국CM전략연구소의 조사를 보면, 매달 신규 TV 광고중에서 약 30% 내외는 시청자들로부터 단 1%의 선호도조차도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빅아이디어라는 것은 사실 많은 광고인이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인을 포함하여 광고주는 보다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즉, 모델을 통해 주목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모델은 광고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제품의 특징을 이야기해주는 Announcer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제품에 대한 공감대를 유도하는 Endorser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것도 있다.

  모델을 활용한 광고에 있어서 대표적인 사례는 다시다이다. 다시다는 70년대 첫 출시 이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김혜자라는 모델을 활용하여 "다시다=김혜자=고향의 맛"이라는 성공적인 이미지 등식을 만들었다. 경쟁사인 미원은 김혜자의 대항마로 고두심을 활용해 미원과 맛나라는 제품의 모델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두 모델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있어서 오랜 기간 동안 전속모델로 활동하였다.

  그러나, 모델을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높은 주목도와 "다시다=김혜자=고향의 맛"이라는 일관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다도 이러한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이며 일관된 광고 전략을 장기간 동안 활용해서 얻어진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대부분의 광고에 활용되고 있는 모델은 장기간의 계약대신에 일반적으로 1년 내외의 단기 계약의 형태를 많이 활용한다. 이는 비싼 모델료로 인한 것도 있으며, 연예인을 주 모델로 활용하는데 있어서, 연예인이라는 특성상 인기의 부침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과거와 달리 모델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당대의 가장 트렌디한 모델을 중심으로 광고를 전개하는 경향들이 많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김연아는 한국CM전략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광고 모델 중에서 매우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모델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최근 김연아의 출연 광고들을 보면, 맥심 화이트블랜드, 프로스펙스, 삼성전자 Q, 하이트 맥주 등등 약 10여편의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고를 보는 시청자들 혹은 소비자들이 김연아가 출연하는 광고를 모두 기억하고 선호를 할까?

  과거에 이영애가 인기가 높은 시절에 이영애가 출연하는 광고만을 모으면 이영애의 하루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과연 이영애가 출연한 광고, 혹은 브랜드들은 정말 좋은 실적을 올렸을까?

  한 모델이 다양한 광고에 출연한다는 것은 그 만큼 인기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 모델이 여러 브랜드에 광고에 출연하게 되면, 브랜드 입장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혼란이 가중되게 된다. 즉, Noise Effect가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에는 모델이 출연한 첫 광고 혹은 소비자들이 접근하는 첫광고에 높은 선호도 효과가 부여된다. 이를 Primary Effect라고 한다. 물론 초두효과가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많은 물량을 통해 소비자에게 노출시킨다면 초두 효과보다 더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Recently Effect라고 하여 최신 효과라고 한다. 만일 모델이 비슷한 시기에 많은 브랜드 광고에 출연하게 된다면, 초두효과보다는 최신 효과에 더 비중이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어떻게 될까? 광고를 하면 할수록 대표적인 브랜드의 광고나 혹은 브랜드 인지에 도움을 줄 뿐이다. 물론 크리에이티브라는 변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동일한 모델을 활용한 광고에 있어서 과연 얼마나 많은 크리에이티브의 차이를 보일 수 있을까?

  동일한 모델, 특히 트렌디한 모델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모델을 활용하는 다른 브랜드보다 많은 광고를 집행해야만 보다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완전히 차별화된 광고를 제작하여 집행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모델을 활용하여 차별화된 광고를 집행한 것만큼의 효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왜 동일한 모델을 광고주는 선호할 수 밖에 없을까? 사실 모델을 선택하다보면 우리나라의 모델 풀(Pool)이 그리 넓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모델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지 최근의 인기만이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모델이 가진 캐릭터나 신뢰도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연예계의 중심은 아이돌이다. 아이돌은 10~20대에게는 높은 인기를 반영하지만, 이들이 과연 핵심 소비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 그것은 다소 의문이다. 인기가 높다는 것과 신뢰가 높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기가 높지 않더라도 신뢰가 있다면 광고모델로는 오히려 인기가 높은 모델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IBK의 송해라고 할 수 있다. 송해는 연령대도 높아, 인기가 높은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한 활동과 관리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를 하고 있으며, 신뢰도가 높은 연예인 중의 한 분이다. 이분을 통해 Endorse를 한 IBK의 광고는 최근 높은 선호도를 보여주고 있다. 만일 IBK 광고에 샤이니가 나와서 이야기를 했다고 했을때 송해 만큼의 신뢰도나 선호도를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모델의 힘인 것이다. 아이돌이 광고 모델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그들의 선호 계층이 10대로 좁혀진다는 것도 매우 아쉬운 한계이다. 물론 해외 광고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연예계의 좁은 스펙트럼은 점차 광고 모델의 부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2012년 4월에 썼던 글을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