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의 중복 출연과 광고효과
경원식
스웨덴의 스톡홀름대학 교수인 요나스 리더스트럴러 교수는 ‘펑키 비즈니스’라는 책에서 현대 사회를 ‘잉여 사회(Surplus Society)’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가 정의내린 ‘잉여 사회’란 ‘유사한 기업들이, 유사한 교육배경을 가진 유사한 종업원을 통해 유사한 아이디어로, 유사한 제품을 유사한 가격과 유사한 품질로 과잉 공급하는 사회’이다. 잉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사한 제품에 대한, 차별적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이며, 소비자에게 ‘인지된 품질’의 차이를 확보하는 것이다. 차별적 이미지와 인지된 품질의 차이를 확보하는 방법은 과거에서나 현재에서나 광고가 가장 유용한 것이다.
물론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보급으로 인하여 매체는 과거에보다 다양해졌고, <그림1>에서 보는 바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비해 전통 매체에 대한 이용 시간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여전히 TV를 중심으로 한 광고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림1> 이용자 기준 하루 평균 매체 이용시간
이러한 강력한 힘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들은 TV등의 광고에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 한국광고종합연구소의 2014년 5월 조사 결과를 <그림2>에서와 같이 살펴보면, 5월 한달간248개 기업, 356개 브랜드가 총 465편의 TV광고를 집행하였다. 기업당 평균 1.88편, 브랜드당 평균 1.31편의 광고 소재를 지상파 TV에 집행하였다. 이들이 집행한 5월 한달간의 지상파 광고비는 2.092억원 이른다.
<그림2> 2014년 5월 지상파 광고 집행 현황
이중에서 5월에 신규로 광고를 집행한 신규 소재는 지역광고 및 카피등의 부분변경 소재를 제외하고 총 180편이다. 총 180편의 신규 광고 중에서 단순 고지성 광고나 영화광고, 프로모션 광고 등을 제외하고 일반 제품광고와 기업PR 등의 이미지 광고 등은 총 150여편이 되며, 이 중 유명인이 출연한 광고는 51.6%다. 이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든 비율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유명인을 활용한 광고가 우리 나라 광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해볼 때, 유명인 모델을 많이 활용하는 것일까? 유명인을 모델로 활용한다면 과연 일반인이나 모델이 없는 광고보다 더 효과가 좋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브랜드의 인지 정도와 강도에 따라서, 또 매체비의 규모에 따라서, 그리고 크리에이티브의 강도에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기도 하며, 학계 등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으나, 간단하게나마 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의 경우 절반 이상의 광고가 유명인을 출연시키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부 인기 유명인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림3>은 한국광고종합연구소가 지난 2014년 5월 소비자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광고 선호도 및 모델 선호도 조사 결과 중 모델에 대한 선호도를 집계한 결과이다.
<그림3> 2014년 5월 광고모델 선호도 순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모델 선호도 1위는 ‘별에서온 그대’를 비롯한 드라마와 영화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전지현, 2위는 수지와 김연아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출연한 광고를 살펴보면 전지현은 최근 1년간 12개 브랜드와의 광고 계약을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수지는 8개 브랜드, 김연아는 7개 브랜드, 김수현은 9개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맺고 TV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출연한 광고를 살펴보면, 전지현은 지난 1년간 21편의 광고에 출연을 하였고, 수지는 19편, 김연아는 20편의 광고에 출연하였다. 집행 광고비를 지상파를 위주로 살펴보면, 전지현은 278억원, 수지는 234억원, 김연아는 344억원을 집행하였다. 소위 대세라고 하는 3명의 출연 광고의 집행 광고비만 공중파 기준으로 약 850억원이다. 한국광고종합연구소에서 집계하지 않는 CATV와 신문 등의 인쇄 광고, 인터넷 및 모바일 광고 등을 포함하게 된다면 그 규모는 아마도 2,000억원이 훨씬 상회할 것이다. 그만큼 이들 3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출연한 광고가 모두 좋은 효과를 보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지현, 김연아, 수지가 출연한 광고 중의 일부를 살펴보면 아래 <표1>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표1> 주요 모델별 주요 광고의 효과 분석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지현의 경우에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집행한 광고는 삼성지펠 아삭 광고로 48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하였고, 가장 적은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은 쿠팡으로 3억원을 집행하였다. 가장 높은 선호도는 최근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SK텔레콤의 광고로 누적 선호도가 113.25%에 이를 정도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의 다른 소재는 0.39%의 반응만을 얻었을 뿐이다. 또한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인 구매 의향을 살펴보면 전체 평균이 3.8 내외가 나오고 있으나, 전지현이 출연한 광고 중에서 최근의 클라우드 광고는 3.43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수지에게서도 나타나는데, 수지의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잘 활용한 비타500 캠페인은 광고비 집행 규모도 꽤 큰 편이지만, 그에 따른 광고 성과도 좋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백설 자일로스설탕의 경우에는 약 14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0.23%의 광고선호도를 획득하는데 그치고 있어, 광고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유라이브 광고의 광고 제품에 대한 구매 의향률이 3.50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연아의 경우에는 광고비 집행규모가 전지현이나 수지를 모델로 한 광고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으나, 획득한 결과들은 상대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김연아에 대한 매력을 충분히 활용한 맥심 모카골드의 경우에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나, 단순히 엔도저(Endorser) 역할만을 수행한 삼성전자의 광고에서는 광고 집행의 비효율성과 더불어 낮은 구매 의향을 보여주고 있다.
광고에서 모델은 분명한 역할이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 모델이 여러 광고에 노출이 되면서, 어떤 광고는 효과가 좋은 반면에 어떤 광고는 효과가 좋지 않거나 혹은 효율성에 있어서 저조한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광고를 집행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인 구매 의향에서도 그 차이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명인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안정성일 것이다. 유명 연예인을 활용하게 될 경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기와 이미지를 활용할 수가 있고, 그리고 대중들에게 안정적으로 확보된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광고에 활용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의 기존 이미지를 활용하게 되면 안정적으로 브랜드나 제품 등에 대한 인지도를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유명인의 기존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것은 결국 광고의 차별적 아이디어가 우선이라기 보다는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우선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임팩트 있는 이미지를 전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또한, 광고가 유명인의 이미지에 크게 의존하다보니 광고를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브랜드나 제품의 연관성(Relevance)의 확보에는 한계를 보이게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유사한 패턴으로 여러 광고에 일부 유명인이 노출되면서 제품이나 브랜드만의 광고 차별성을 확보하기 보다는 “클러터(Clutter)” 효과로 인한 브랜드 혼선 인지를 발생시키게도 한다.
물론 광고 담당자나 광고대행사에서 이름없는 무명 모델을 활용하는 것에는 다소 위험 요인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KT의 경우에는 유명 모델 보다는 소위 “뜨는” 모델 혹은 “의외의” 모델을 활용하여 좋은 광고 효과를 보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의리”라는 유행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김보성도 매우 좋은 광고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비락식혜”의 경우에는 김보성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잘 활용함으로써 7억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광고비에도 불구하고, 32.54%라는 높은 광고 선호도를 확보함으로써 앞서 살펴본 전지현, 수지, 김연아 등에 못지 않은 광고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표2> 송소희의 주요 출연 광고 효과
광고의 핵심적인 목적은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서 광고는 소비자에게 임팩트 있는 노출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일부 유명인을 활용한 광고가 중복이 되면서 광고의 임팩트는 오히려 줄어들고, 소비자에게 인지시키기 위한 상대적인 비용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에게 임팩트 있는 노출을 위해서는 아이디어의 의외성이 물론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의외성에는 모델의 의외성도 강력한 전략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예를 IBK의 “송해”와 과거 신한은행의 “박칼린” 등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유명인을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전략적인 가치를 지니기는 하지만, 남들과 동일한 이미지를 활용한다면 결코 광고는 차별화될수도 임팩트를 가질수도 없을 것이다.
유명인 모델의 광고에 대한 중복 출연은 광고가 지녀야 하는 본연의 가치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중복 출연을 통해 원하는 효과를 얻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발전을 위해 모델 전략에 있어서도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본 컬럼은 저자가 2014년 KAA저널 7/8월 호에 게재된 원고를 편집 없이 올린 것임.)
'광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년대의 새로운 트로이카를 꿈꾸다. (0) | 2014.11.17 |
---|---|
[펌] 소비자가 광고매체 … 컨슈미디어 마케팅 주목 (0) | 2014.09.10 |
광고 기획의 진화 (0) | 2014.08.18 |
2014년 광고시장 전망 (0) | 2014.02.03 |
2013년 업종별 광고 전망(금융업종) (0) | 2013.01.14 |